정말 오랜만에 순수문학으로 분류되는 책을 손에 잡게 된 것 같다.
사실 인간의 삶, 인생이란 관점에서 본다면 어떤 자기경영 서적이나, 자기계발 서적과 견주어도 순수문학 작품이 주는 의미란 그리 호락호락 한 것이 아닌데 사는게 그리 팍팍해서인지 경직된 정보가 주는 위압감 때문인지 그도 아니면, 얼치기 뜨내기의 겉멋때문인지 유독 소설한편 읽어보는 시간을 투자하는데는 인색했던 것이 사실이다.
작가 박민규의 글을 처음 접한 것은, -(박민규식 문장을 어설프게 흉내내자면) 2004년이 이제 내 인생도 막바지구나 바람처럼 울부짖으며, 분신자살을 위해 몸에 기름을 부어대던 늦가을 언저리쯤- 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당시 읽어던 것은 지금은 소위 박민규팬덤이 형성되는데 큰 일조를 했다고 생각되는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라는 기이한 제목의 소설이었는데, 사실 그의 저작은 이를 포함해 카스테라(지금 소개하는 단편모음집), 삼미~ 이전에 지구영웅전설 이라는 장편 한편이 전부이니 거의 "데뷰작이 히트작"이라 할 수 있는 작가이며, 나 또한 그 중 두 권째를 읽은 얼치기 독자이니 팬이라고 하기에도 사실 아삼모사하다.
아무튼, 처음 읽게됐던 작가 박민규의 소설인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 아마도 뇌리에 깊은 인상을 주었던 모양인지 그의 최근작인 "카스테라(초판은 2005년 6월 인쇄)" 역시 아무런 망설임없이 소설이라면 이것이지 하고 빼들게 되었다.
문학작품의 전문 리뷰어도 아닐 뿐더러 무슨 커다란 목적의식을 가지고 읽어보게 된 "작품"-적어도 내게는- 또한 아니므로, 그럼 왜 이 책을 '망설임없이 소설이라면 이것이지'했냐고 해봐야 "그냥 재미있을 것 같아서"라는 대답뿐이며, 실제로 그의 저작의 두권째를 마저 읽게 된 지금도 나에겐 굉장히 흥미진진한 재미가 있는 소설이라는 설명이 아마도 작가 박민규의 소설을 읽는 독자로서의 태도 중 9할 이상일 것이다.
말그대로 그의 소설이 상당한 -부풀려 말하는 것이 아니고, 연애소설을 제외한 현대 소설이 딱딱하고 무거운 주제 일색일거라는 편견을 가진 사람에게는 추천할 만한- 재미를 가지고 있음은 부인하기 힘들며 서스펜스, 유머, 휴머니티 기타등등 기타등등 미디어세대라면 공감할 만한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작가 박민규는 재기발랄한 이야기꾼의 면모를 가지고 있음이 분명한듯 하다.
또한, 그의 소설을 택하게 되는 계기의 9할이 이야기가 갖는 재미라고 한다면, 나머지 1할은 문장의 매력에 올인을 해도 아깝지 않을 만큼 그는 탁월한 문장력이다.
애초에 작가 박민규를 알게한 "삼미슈퍼스타즈의 ~ (제목하고는..ㅡㅡ;;)" 역시 내용에 앞서 날카롭고도 유쾌한 문장으로 단숨에 마지막 장까지 읽게만드는 매력이 있었으니 내가 가지는 박민규 소설의 문장에 대한 기대는 사실 1할로도 부족할 것이다.
내게는 그 문장의 재기발랄함과 유쾌함이 아주 잦게 장르음악의 이미지와 오버랩되는데 때로는 각운의 묘를 기막히게 살린 힙합의 가사같기도 하려니와, 때로는 거친 호흡과 함께 토해내는 록커의 그것과도 비슷한 느낌을 주곤 한다.
또 장르음악이 그러하듯 그 중독성이 심히 지독하여, 그의 문장을 접하게된 이후 몇 달간은 그런 문장-흉내내봐야 글짓기 수준이지만-을 종종 흉내내는 자신을 발견하는 것 또한 낯설지가 않으니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취향에 부합하는 문장이며, 자극을 주는 문장을 가진 작가라 생각된다.
결국 100% 개인적인 취향에 따른 입발림이 되어버린 듯 하지만, 만약 이 글을 읽고 박민규의 소설을 읽어보려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내 설명이 너무 작가 박민규의 소설을 가볍게 만든 것이 아니길 바란다. 그의 전작 또한 그랬지만, "카스테라"는 가볍고 유쾌한 문장과 이야기에 기대어 마치 전복의 내장을 먹은 듯한 씁쓸한 혀끝의 긴장감을 지니고 있으며, 실컷 낄낄대다 사람을 숙연하게 만드는 찰리 채플린식의 무언가가 담겨져 있는 책이다.
뭐 좀 재미있는 거 없을까하는 지인들에게 독서 권장 차원에서도 추천하기에 욕먹지 않을 -최소한 그정도의 재미는 있다 생각한다.- 책이며, 무엇보다도 단편들의 모음이라는 점이 삼사백 페이지의 단일 스토리를 읽는데 부담을 느낄 법한 사람들에겐 더더욱 반가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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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겐 누구나 자신만의 산수가 있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것을 발견하게 마련이다.
물론 세상엔 수학정도가 필요한 인생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삶은 산수에서 끝장이다.
즉 높은 가지의 잎을 따먹듯-균등하고 소소한 돈을 가까스로 더하고 빼다보면, 어느새 삶은
저물기 마련이다. 디 엔드다.
결국 모든 인간은 상습범이 아닐까, 나는 생각했다. 상습적으로 전철을 타고, 상습적으로 일을 하고, 상습적으로 밥을 먹고, 상습적으로 돈을 벌고, 상습적으로 놀고, 상습적으로 남을 괴롭히고, 상습적으로 거짓말을 하고, 상습적으로 착각을 하고
~~~~중략~~~~
그리고, 상습적으로, 죽는다.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 중----------
지구의 나이는 45억년이다. 인류의 나이는 300만년이고, 나는 스무살이다. 누가 뭐래도 세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이에 비한다면 자본주의의 나이는 고작 400년에 불과하다.
나는 아무래도 그쪽이 편했다. 말과 눈치가 통하고, 우선 먹고 마시고, 입는게 비슷했다.
즉 그런 이유로 나는 인류보다는 자본주의와 함께 살아왔다고 말할 수 있다.
------------------------------------------------몰라 몰라, 개복치라니 중-------------
자카르타의 태양이, 우리가 앉은 노천의 테이블까지 출렁 하고 번지점프를 해왔다.
어딘가 모르게, 그 출렁이는 햇볕 속에 파인애플 향이 섞여 있다고 나는 생각했다.
~~~~~중략~~~~~
더러 발목의 끈이 풀려버린 태양이, 아스팔트 위에서 산산이 머리가 부서지기도 했다. 눈부신 태양의 뇌수가, 그래서 길 위를 하얗게 물들이고 있었다.
------------------------------------------------헤드락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