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가 첫 돌이 지난 이후부터는 4~5월경의 동물원 나들이는 우리 집의 연례행사가 되었다.
사실 연례행사라고 하기도 뭐한 것이 1년에 놀이 공원이나 여름휴가 때나 마음먹고 떠나는 가족여행에 비하면야 경제적으로도 부담이 없는 나들이인지라 생각나면 아이들 데리고 수시로 들락거리는 일이긴 하지만서도, 작년 이 맘때의 동물원행은 우리 식구들에겐 사뭇 의미가 남다른 기억이기도 하다.

모든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손자 대하는 방법이 그러하겠지만 유독 집안의 어르신들 중 손자들이라면 편찮으신 몸에도 얼싸안고 어쩔 줄 몰라하시던 아이들의 외할아버지와의 마지막 나들이였던 탓이리라.
병 앞에 장사 없다고 오랜 병상 생활에 쇠약해진 몸에도 오래지않아 돌아올 어린이날 때문에 힘들게 나선 길을 손주들이 더 좋아하는 곳, 더 멀리 가볼 수 있는 곳으로 동행하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앞서셨을 분.

언젠가 두 아이가 자라고 자라, 지금의 내 나이만큼 아니면 나보다 더 나이가 들때쯤이면 지금은 당연히 그 녀석들의 주변을 지켜주고 있는 우리의 부모와 아이들의 부모인 우리도 그렇게 하나둘씩 떠나야 할 일이 오겠지만, 그렇게 떠나는 당신들과 우리와 아이들의 인연이 그것으로 허무한 끝이 아닐거라는 생각이 든다.

비록 나는 신을 믿거나 종교를 가지고 있진 않지만, 뷰파인더 너머로 보면 언제나 아이들의 환한 웃음 뒤에 서 계시던 아이들의 외할아버지는, 또 언젠가 그리되어 있을 나의 부모와 우리들은 지금도 앞으로도 그렇게 아이들의 뒤에서 서 있어 줄 수 있을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 저와 당신은 피한방울 섞이지 않은 관계였지만,
  당신과 저의 피가 모두 섞인 이 녀석들은 당신께서 그리도 바라시던 것처럼
  건강히 자라주고 있습니다.
  언제나처럼 이 아이들의 뒤를 지켜주시는 당신과 언젠가는 이 아이들의 뒤를 지켜줄 그 자리
  에 설 우리의 부모님께 애정과 감사를 드립니다. -

오늘은 어버이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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