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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11/03 시간은 내게 침묵하라 말한다.

1월
새로운 태양의 떠오름과 상관없는 동장군의 위세.
고민과 고욕과 고충이 교차하던 시간.
1월은 내게 침묵하라 했다.

2월
서늘하게 불던 바람.
마지막 안간힘으로 생명의 움틈에 윽박을 질러대던.
2월은 내게 침묵하라 했다.

3월
살처럼 빗겨가는 시간의 속도.
이른 아침에 버거운 눈꺼풀마냥 허덕이며 짊어지고 끌려나오던 강요된 생동.
3월은 내게 침묵하라 했다.

4월
경쾌한 행진곡과 같던.
즐기지 못하는 자의 귀에는 버석거리기만 하던 어울리지 않던 소음.
4월은 내게 침묵하라 했다.

5월
풍요 속의 빈곤.
고요 속의 외침.
5월은 내게 침묵하라 했다.

6월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나팔소리.
구태의 뇌리를 울리는 낯익은 자극.
6월은 내게 침묵하라 했다.

7월
때이른 더위처럼 지치는 계절.
피곤과 피로와 피상이 겹치던 시간.
7월은 내게 침묵하라 했다.

8월
잠을 쫓는 모기의 앵앵거림.
나른하게 덮쳐오는 무더위의 찐득함.
8월은 내게 침묵하라 했다.

9월
농익음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가차없이 목이 잘려나간 곡식들의 계절.
9월은 내게 침묵하라 했다.

10월
기약 없는 계절의 게으름.
고즈넉한 산사의 그리움.
10월은 내게 침묵하라 했다.

또 다시 겨울이 오고 또 다른 계절이 시작된다.
불평과 불만의 욕구는 입을 간지럽히고, 꼭 모아쥔 결의의 주먹은 식어버린 땀으로
쉰내를 풍긴다.
시간은 또 다시 내게 침묵하라 말한다.
어둠과 같은 고요한 침묵 속에서 비루한 삶은 계속된다.

10월의 종말은 싸구려 감상을 낳는다.
주접스러운 감상 속에 11월은 내게 침묵하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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